"어쩌면 <사랑니>는 '잠자느라 어젯밤에 내린 비를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유리창의 물방울 같은 영화인지도 모른다...."
수년전 개봉된<사랑니>라는 영화의 평론이다. 사랑니 때문에 고생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사랑니는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치아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사랑니란 첫사랑의 열병처럼 갑자기 다가온 기억으로 남는다.
음식물을 잘게 갈아서 영양분의 섭취를 용이하게 해주는 어금니는 모두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금니는 보통 6년 간격으로 입 안에 나타나는데, 만 6세에 나오는 첫 번째 어금니는 나머지 치아가 배열 되는 기준 역할을 하고, 12세에 두 번째 어금니가 나오면 치열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18세경 이후에 나타나는 사랑니이다.
사랑니가 어떤 역할을 할까?
우리 입 안의 치아는 옆에서 보았을 때 모양에 따라 평평하게 생긴 앞니 두개, 뾰족하게 생긴 송곳니와 작은 어금니 두개, 어금니 세개가 서로 다른 유전적 영역에서 존재한다. 각각의 영역 내에서는 뒤쪽에 놓인 치아가 기형적으로 생긴 경우가 많고, 선천적으로는 결손빈도가 높다. 입 안 맨 뒤쪽에 있는 사랑니는 인류의 약 11%에서 선천적으로 생기지 않으며 이런 점에서 퇴화중인 치아로 파악된다. 치아의 음식물 분쇄능력을 의미하는 '저작효율'에서도 사랑니는 거의 기능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사랑니를 꼭 뽑아야 하는가?
인류가 문명 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거친 음식물의 섭취로 인해 치아 사이가 마모되어 크기가 점점 줄고, 맨 나중에 나오는 사랑니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였던 것으로 인류학자들은 추정한다. 그러나 현대인에서는 공간이 충분치 않아 거의 대부분 잇몸 뼈 속에서 누운 채 파묻혀 버린다. 이 때문에 사랑니 주변의 염증을 유발하기 다반사이며, 목의 염증 또한 자주 발생하여 감기로 오인되기도 한다. 입 냄새는 물론이고, 앞에 있는 치아를 압박하여 신경통증을 일으키기도 하며, 인접한 치아 사이에 음식물을 끼게 하여 치료하기 힘든 부위의 충치를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사랑니가 명백히 건강의 위협요소로 작용한다면 당연히 제거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랑니가 두 번째 어금니 뒤에서 가지런히 나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위치가 너무 깊어 칫솔이 잘 닿지 않아 대부분 충치가 있지만. 사랑니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사랑니는 반드시 치료하여 고이 간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앞의 어금니가 상했을 때 대체치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의치를 해야 할 경우 사랑니는 의외로 좋은 지대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간혹 사랑니가 날 때쯤부터 가지런했던 앞니가 서서히 겹쳐지며 불규칙해지는 일이 있다. 이 때문에 장년기에 나타나는 앞니 배열 불규칙의 원흉으로서 의심받아 무자비하게 제거되는 일도 있지만 사랑니는 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존재이다.
문득 찾아오는 첫 사랑의 열병처럼 사랑니 또한 어느 날 청춘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다가오는 사랑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꼼꼼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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